

비행기는 해킹에서 비교적 안전한 축으로 여겨져 왔습니다. 자동차도, 의료기기도, 상수도와 전력망까지 뚫린 사례가 나왔지만 항공기 컴퓨터만은 외부에서 접근할 길이 없다는 게 통념이었죠.
그 통념을 정면으로 겨눈 연구가 나왔습니다. UC 샌디에이고와 오벌린 칼리지 연구진이 유즈닉스 보안 컨퍼런스에서 보잉 737의 자동조종을 장악하는 기법을 발표합니다.
인터넷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, 사람이 직접 꽂는 방식입니다.

무엇을 만들었나
연구진이 만든 것은 동전만 한 크기의 와이파이 장치입니다.
- 제작비 100달러 미만
- 기체 외부 해치를 열면 닿는 포트에 꽂는 구조
- 특수 공구 없이 15초 면 포트까지 접근
- 장착 전체가 1분 이내
이 포트는 정비 인력이나 공항·항공사 직원이 비행 사이에 일상적으로 손이 닿는 위치에 있습니다.

꽂으면 무엇이 되나
| 조작 대상 | 가능한 결과 |
|---|---|
| 자동조종 항로 | 항로 변경, 다른 나라 영공으로 유도 |
| 이륙 중량값 | 이륙 거리 계산 오류, 활주로 이탈 |
| 외기 온도값 | 연료·추력 계산 왜곡 |
| 조종사 화면 | 바뀐 값을 정상으로 표시 |
마지막 줄이 핵심입니다. 값만 바꾸는 게 아니라 조종사 화면에는 원래 값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겁니다. 이륙 계산에 쓰이는 총중량과 외기 온도는 조종사가 눈으로 확인하는 숫자인데, 그 확인 자체가 무력화됩니다.
왜 10년이 걸렸나
연구진은 실제 항공기 부품을 수만 달러어치 사들여 10년 넘게 검증했습니다. 논문 하나를 위한 규모가 아니라, 실제로 되는지 를 끝까지 확인하려던 작업에 가깝습니다.
연구를 이끈 UC 샌디에이고의 스테판 새비지 교수는 출발점이 된 질문을 이렇게 소개합니다. "비행기와 60초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"
연구진은 737의 어느 포트를 노렸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.
편집자 시각에서는
이 연구가 불편한 이유는 기술이 정교해서가 아닙니다. 물리적 접근이 이미 전제되어 있는 자리를 짚었기 때문입니다.
폭발물을 싣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합니다. 연구진의 표현대로 이쪽이 통제력도, 은밀함도, 발뺌할 여지도 더 큽니다. 흔적이 남는 물건이 아니라 작동하는 부품처럼 보이는 물건 이니까요.
당장 승객이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. 이 기법은 자원이 충분한 공격자가 기체에 직접 접근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고, 그 전제를 만드는 것이 항공 보안의 본업이기도 합니다. 다만 기체 외부 포트의 물리 보안이 지금까지 어느 수준으로 다뤄져 왔는지는 다시 볼 만합니다.

출처: Wired, This Coin-Sized Device Can Hack a Boeing 737 (https://www.wired.com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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